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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관광

청주에는 900살된 나무가 있다? 없다? -청주의 역사따라 가로수길따라 -

나무 심기 열풍으로 들썩이던 식목일도 지나고, 이제 4월 하순으로 접어들었어요!

야금야금 우리를 괴롭혔던 꽃샘추위도 거의 물러나고, 이제야 진짜 4월의 아름다움을 

즐길 타이밍이 됐죠?

모두가 새로운 나무를 만날 생각에만 들떠있는 요즘!!

문득 청주의 오래된 나무들은 과연 어떻게 살고 있는지, 으뜸이는 궁금해졌어요~

생각중

 

나이 어리고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하룻강아지'라고 하죠?

그렇다면 이제 막 싹을 틔우는 묘목을 보면 나이 많은 나무들은 뭐라고 하려나.....?

우리 나무들에도 장유유서(長幼有序) 문화가 있을까요?

이런 저런 질문들을 가슴에 품고, 지금부터 역사 문화적으로 아주아주 가치가 높은 나무들을 

보여드리려고 해요~ 우리 청주의 할배, 할매 나무들을 보러 출바알~!!

 

슈퍼맨

 

첫번째~!! 이 나무로 말할 것 같으면 충북기념물 제 5호에 빛나는 '압각수'에요.

압각수. 

이름 참 특이하죠? 오리 압(鴨), 다리 각(脚), 나무 수(樹).

은행나무인 이파리가 마치 오리발을 닮았다 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답니다. 

 

청주 중앙공원에 자리한 이 압각수의 나이는 무려 900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392년 조선개국을 지나(14세기), 1231년 몽골의 고려 침입을 넘어(13세기),

1115년 여진족이 고려를 침입하던 시기에도 이 압각수는 존재했다는 얘기네요.....(헉)

왠지 이름조차 막 부르기 죄송스러운 그야말로 청주의 대표 '어르신' 나무입니다.

 

이 압각수에는 재미난 설화가 하나 있어요.  

고려말 충신이자 대학자인 목은 '이색' 선생 다들 아시죠? 

이색 선생은 당시 정도전, 이성계 등에 의해 개혁의 반대파로 지목돼 옥에 갇혔었는데, 

당시 옥고를 치렀던 곳이 바로 여기 청주!!!

옥고를 치르고 압각수를 지나는 도중 갑작스레 엄청난 비가 쏟아졌고, 이색 선생과 권근, 이숭인 등의

고려말 온건파 일행 모두는 압각수에 올라 가지를 붙들고 버팀으로써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답니다.

부처

설화가 말해주듯, 압각수는 그 존재 자체로 엄청난 생명력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지요~   

 

2000년 늦가을에 촬영한 압각수의 모습이래요~

 

샛노란 은행잎이 정말 흐드러지게도 피었죠?

지금 연세가 900살이라면 이때의 연세는 885쨜?? 

호호호, 세상 가장 튼튼하고 장대한 885살의 어르신이네요~

 

 

 

요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제공한 옛 압각수 사진이에요.

흑백사진 속 짙은 음영을 드리운 압각수와 그 아래 하얀 한복을 입은 어르신들, 

어느 시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척 운치있죠?

 

 

두번째로 천연기념물 522호의 위엄에 빛나는 '연제리 모과나무'를 소개해 드릴게요.

 

전국의 모과나무 중 최초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모과나무계의 거성, 빅스타라고 할 수 있답니다.

연제리 모과나무의 수령은 약 500살~!! 뭐, 압각수에 비하면 많이 young 하시죠?  

은은하고 새콤한 향기와 감기예방 기능 덕에 사람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모과건만, 

예전에는 울퉁불퉁한 외모에 과일로 먹기엔 너무 맛이 없다는 이유로 

쓸모없다는 놀림까지 받았던 '애물단지'였다는군요~

오죽하면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과일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말까지 있었을까요?

 

이 모과나무에도 압각수처럼 재미난 일화가 있어요.

때는 바야흐로 조선의 세조 임금 재위시절.

조카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학식과 덕망이 깊은 '유윤'이라는 선비와 함께

일하고 싶어했대요. 그래서 유윤에게 조정에 복귀하라는 명령을 여러번 내렸답니다.

조정에서 은퇴해 고향에 숨어 살던 유윤은 자신을 애타게 찾는 임금의 요청을 거절하는 뜻에서

자신을 찾아온 관리들에게 뒷동산의 모과나무를 그려서 들려 보냈다고 하는데요.


그가 모과나무를 그린 이유!!

도통 쓸 데가 없는 이 모과처럼 자신도 나랏일을 하는데 별 쓸모가 없는 사람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라 합니다.(나를 찾지 말라는 의미였겠죠~)

중요한 건 이 때 모델이 된 나무가 바로!! 연제리 모과나무라는 사실~!!

윽2

흑 ㅠㅠ 우리 모과나무 얼마나 상처가 컸을까요? ㅠㅜ

하지만 그 쓸모없음의 대명사로 인식되던 나무가 세월이 흘러 귀한 천연기념물이 되다니, 

이쯤되면 목(木)생역전 제대로 이룬 케이스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연제리 모과나무는 오송 생명과학단지에 가시면 볼 수 있답니다.

 

 

세번째 소개해드릴 나무, 지금부턴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떼로(?) 모여있는 거 보여드립니다.

바로 명암동에 있는 사찰, 화장사 주변에 있는 '가침박달나무' 군락지에요.

사실 청주사람들에게도 '화장사'라는 절 이름은 좀 생소했어요~(으뜸이도 처음 알았다는....)

그런데다 '가침박달나무'라니?? 나무 이름은 더 생소하죠?

 

가침박달나무는 한반도와 만주 일대 등 동북아시아 몇몇 지역에서만 자라는 

장미목 장미과의 관목(활엽수)로, 우리나라 산림청에서 지정한

보존 우선 순위 105번째의 식물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몇몇 군데에 형성된 가침박달나무 군락지 중 이 곳 화장사 주변의 군락지가 

전국 최대 규모에요. 군락을 이룬 나무들의 수령만도 약 100년!! 흐억~

그래도 압각수와 모과나무에 비하면 한 10살 꼬마 정도의 나이가 되겠네요!

새하얀 꽃망울이 마치 평생 흰 옷을 입고 검소한 유교식 생활을 고수했던 

우리네 조상님들의 소박한 모습을 꼭 빼닮은 느낌이죠?

오케이3

  

화장사에서는 매년 5월초가 되면 가침박달꽃 축제를 연답니다.

꽃 봉우리가 활짝 피어나는 5월~!! 소박하고 어여쁜 가침박달나무에 둘러싸인 화장사의 모습 

보여드릴게요. 화장사는 상당구 명암로의 '청주동물원' 근처에 있습니다~^0^

 

자, 이제 마지막으로 소개할 나무는~!! (두근두근~)

이 나무는 청주시민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모르는 분들이 아마 없을 거에요.

(아아~~이 멈추지 않는 나무 부심이여..)

축하2


청주의 시작을 알리는 곳, 청주 진입로 가로수길입니다.


청주 진입로 가로수길은 경부고속도로 청주 톨게이트 지점부터 시작해 

청주시내 안쪽의 가경천 죽천교까지 약 6.3km의 도로에 조성되어 있어요.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약 7~8분 정도가 걸리는~!! 

그야말로 엄청난 기술과 관리 노력이 들어간, 청주의 대표 길목이라고 할 수 있죠.


타지를 다녀온 청주 사람들에게는 이제 집으로 돌아왔다는 안정감을,

청주를 방문한 외지인들에겐 눈이 확 돌아가는 놀라움을 주는 청주 진입로 가로수길!! 

이 가로수길의 역사 또한 무려 6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답니다.

(뭐 이젠 놀랍지도 않으시죠? 6살 유치원생이 나왔네요~)

굿모닝3


때는 바야흐로 1952년~!! 녹화사업계획의 일환으로 청원군 강서면 일대에

1,600그루의 플라타너스를 심으면서 청주 진입로가 탄생했어요.

1970년에는 경부고속도로의 개통과 확장공사로 인해 나무의 일부가 제거될 위기도 있었지만,

많은 분들의 노력으로 현재까지 유지 관리가 되면서 

1,527그루의 나무들이 지금까지 자생하게 됐답니다.

 

청주 진입로의 4계절 모습이에요~ 너무 웅장하고 멋있죠?  

 

그런데 으뜸이는 문득, 짠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앞서 소개했던 나무들은 천연기념물로, 보호수로 각종 관리와 보호를 받는 반면,

여기 있는 가로수들은 매일같이 엄청난 매연과 소음에 노출되어 있으니까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매연으로 눈이 따가워도, 자동차와 버스들이 씽씽 지나가도...

늘 그 자리에서 묵묵히 있어준 청주 진입로의 나무들에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사연 없는 사람 없듯, 나무도 각자의 사연을 간직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군요~^^

누구가 이렇게 말했다죠? 

한 나무의 나이테는 단지 나이만이 아닌 그 나무가 온 몸으로 겪은 역사와 자연, 문화가

스며있는 거라고요. (오호!! 좀 멋진듯!!)  

오래된 나무의 삶이야말로 사람 인생의 스승이자 거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4월도 열흘정도 밖에 안 남은 지금, 새로운 나무를 만나는 기쁨에 빠지는 것도 좋지만,

우리 주변을 지켜준 오래된 나무들도, 이따금씩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요?